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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머무른 자리》

2026.03.05 ~ 2026.03.16 / 박관령


전시 장소 와이아트 갤러리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27길 28 한영빌딩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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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용

스튜디오를 그만둔 후 사진을 배우고 싶어 일본 유학을 선택했다. 일본에서 보낸 4년 중,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나는 그저 관광객의 눈으로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작업 역시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은 일본 거리 풍경에 머물렀고, 예전과 다름 없이 “이왕 온 김에 찍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유학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그들의 생활 방식과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작업도 점차 달라졌고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느린 생활 방식,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특히 마음에 남았고, 유학 생활 막바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도쿄종합사진학교를 다니면서는 모든 것이 크게 바뀌었다. 이론적인 배움은 물론, 사고와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학부 학생들의 태도와 사진을 보며 내 작업 방식과 사진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을 왜 찍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많은 고민이 이어졌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 고민 속에서 유학생활 중 느꼈던 아날로그적 감각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렇게 〈머무른 자리〉라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예전에 내가 찍었던 도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금의 모습들을 떠올렸고, 최신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수첩을 고집하는 일본 친구의 모습에서 묘한 아이러니와 호기심을 느꼈다. 도심 속 비슷한 일상,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 그 흔적들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왜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머무른 자리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이자 과거이며, 동시에 흔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짐작하게 만든다. 장소에 따라, 사물에 따라 모습은 달라지지만, 결국 그 속에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 방식이 드러난다. 작은 흔적조차 의미를 지니며, 그것들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룬다. 그래서 머무른 자리는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지금 이곳과 이어져 있는 현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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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박 관 령

1983년에 태어나 양평에서 자라 사진을 배우고자 일본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에서 유학했다. 졸업 후에는 갤러리 강호에서 첫 개인전 <머무른 자리>를 열었고, 온새미로 갤러리, 제로제 갤러리 초대전에 참여했다. 지금은 머무른 자리에 이어 나아가 작업을 하고 있다.